디지털 미니멀리즘

아이들과 함께하는 디지털 미니멀리즘, 가능한가요?

pink-j1 2025. 7. 20. 14:04

엄마로서의 도전과 작지만 확실한 변화

 

1. 디지털 기기와 함께 크는 아이들, 걱정의 시작

 

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우리 아이들.
중학생 아들, 유학 간 딸과 연락을 주고받는 내 일상도 이미 스마트폰 없이는 어려운 구조다.
처음엔 단순한 정보 검색이나 교육용 앱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게임, 유튜브, SNS까지 영역이 넓어지면서 아이들의 집중력은 산만해지고, 대화 시간은 줄어들었다.
특히 아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영상을 보고, 숙제를 하면서도 메시지를 확인한다.
엄마인 나는 자주 "그만 좀 봐!"라고 말하지만, 어느새 내 손에도 스마트폰이 들려 있음을 깨닫는다.
스마트폰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인 나부터 무의식적으로 기기에 의존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아이들과 함께 실천하는 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2. 엄마부터 먼저 줄이기 시작한 디지털 사용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뺏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활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나 자신부터 바꾸기로 했다.
주방에서는 스마트폰을 두지 않기, 저녁 시간엔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기,
잠들기 한 시간 전엔 무조건 기기를 내려놓기.
이런 작은 실천을 시작하자 아이들이 먼저 묻기 시작했다. “엄마, 왜 폰 안 봐?”
그때 나는 말해줬다.
“요즘은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싶어서 그래. 너희랑 이야기하는 것도 그중 하나야.”
그 말에 아들도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어느 날은 식사 중에 자기도 스마트폰을 안 들었다.
아이들이 변하길 바라기 전에, 부모인 내가 먼저 디지털을 덜어내야 한다는 것.
그 깨달음이 이 실천의 진짜 시작이었다.

 

 

3. 아이들과 함께 만든 ‘디지털 없는 시간’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를 ‘디지털 없는 시간’으로 정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심지어는 할 게 없어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달라졌다.
아들은 숙제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예전처럼 딸의 유학 생활을 편지처럼 써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함께 베란다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다.
이렇게 단 두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의 관계는 놀랍도록 가까워졌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가족끼리 서로를 더 자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습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아들은 “요즘엔 시간 지나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빠르게 흘러가던 시간이, 가족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4.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 실천하는 삶의 변화

 

우리는 아직도 가끔 실패한다.
어떤 날은 아들도, 나도 피곤해서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올 습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왜 이걸 시작했는지 잊지 않고, 조금씩 실천을 이어가는 것.
엄마로서, 아르바이트와 집안일 사이에서 매일 정신없이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쌓고 싶다.
기기보다 사람, 화면보다 대화, 빠른 속도보다 깊은 연결을 선택하는 삶.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이 만들어가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시도해보는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소중하다.